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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서갱유는 진시황 악행 첫머리에 오른다. 왜? 소유를 묻었기 때문이 아니다. 책을 불사른 탓이다. 6국의 흔적을 깡그리 지웠으니 후손들의 가슴은 얼마나 부글부글 끓었을까. 진시황의 분서는 수천년을 두고 화두 하나를 남겼다. “책은 무엇일까.”

문자가 만들어진 후 수많은 경험은 책의 형태로 남겨진다. 그 경험은 자식세대에 남기는 생존을 위한 지식이다. 농서, 의서는 물론 동양 인문학의 세 줄기인 문사철(文史哲)도 생존을 떠나서는 말할 수 없다. 책을 남기는 인류, 자식에게 책을 권하는 부모. 그 마음은 새끼에게 생존 방법을 가르치는 어미의 본능과도 같은 것일까.

그 책이 변하고 있다. 디지털혁명에 떠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책을 대신하는 것은 디지털화한 파일이다. 이제 책은 역사의 중심 무대에서 밀려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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