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올림픽이 정치에 이용된 사례는 드물지 않다. 1896년 아테네에서 첫 근대 올림픽이 열릴 때 이미 프랑스는 앙숙 독일이 나오면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협박을 했다. 1980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으로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모스크바올림픽을 보이콧하고, 4년 뒤 이에 대한 반발로 공산권이 불참해 LA올림픽은 반쪽짜리가 됐다. 이슬람 국가인 이란은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자국 선수들이 이스라엘과 맞붙게 되면 일부러 철수시켰다. 그러나 종교·인종·정치를 뛰어넘는다는 원칙이 있었기에 올림픽은 여러 논란에도 스포츠를 통한 인류의 제전으로 자리 잡아왔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지만 스포츠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이때쯤이면 선수들은 마지막 땀 한 방울까지 쏟고 언론마다 누가 스타로 떠오를지 점치느라 열기가 뜨거워야 정상이다. 그러나 그 자리를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마식령스키장 공동 훈련, 금강산 전야제 같은 정치적 이슈들이 덮어버렸다.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는 문제가 아니었다면 그 누구도 아이스하키팀에 주목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자 아이스하키가 메달권은 아니다." 국정 책임자들의 잇따른 '무례한' 발언은 가슴에 못을 박는다. 급기야 어느 외국 대표팀 감독은 "스포츠 제전에 정치가 얽히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올림픽은 스포츠 축제로 끝나야 하는데 자꾸 정치의 수단으로 삼으려 하다 보니 무리가 생긴다.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지길 기대하는 마음은 누구나 비슷할 것이다. 스포츠만이 보여줄 수 있는 때묻지 않은 열정과 도전, 성취의 감동을 평창올림픽에서 맛보고 싶다.
-만물상 조선일보-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