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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짊어진, 인생이라는 이름의 배낭에서 불필요한 짐을 덜어내십시오(Unpack the backpack of your life).'

자기계발 전문 명강사 라이언이 청중에게 하는 말입니다. 직장인인 그는 가족도 짐이라고 여겨 미혼의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데요, 그의 본업이 '덜어내는 일'입니다. '인 디 에어(Up in the Air·사진)'의 주인공인 그는 해고 통고 전문가입니다.

 


무대는 금융위기 여파로 장기 실직자 수가 폭증한 2000년대 말 미국. 라이언은 미국 곳곳 회사에 출장을 가 사람들에게 해고 사실을 통고합니다. 고도로 냉철해야 하는 임무인데도 그는 최대한 조심스럽고 품위 있게 알립니다. 그의 태도에선 한 문장에 담긴 플라톤의 인문정신이 묻어납니다. '친절히 대하라. 우리가 만나는 모든 이는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간다(Be kind; everyone you meet is fighting a hard battle).'

기술의 발달은 해고 통고의 문화를 바꿔놓습니다. 출장비 절감을 위해 사장이 온라인 화상통화 방식을 도입한 것입니다. 라이언의 임무는 새 방식을 고안한 신입 직원 나탈리에게 직무 매너를 전수하는 것. 하지만 공을 세우기에 급급한 나탈리의 일 처리는 속전속결입니다. 마치 이별을 고하려고 보내는 연인의 문자 메시지처럼 짧고 간편하고 차갑게.

독자의 예상대로 불행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최소한의 예의마저 결여된 통고를 받은 이들 중 한 여성이 투신해 자살한 것입니다. 라이언은 새삼 생각해봅니다. 일자리를 잃는다는 건, 어떤 가족에겐 사망선고에 버금가는 충격적 비극이라는 사실을.

자기 직업에 환멸을 느낄 무렵 라이언은 외로움을 나눌 가족이 곁에 없다는 걸 자각합니다. 가족은 결코 짐이 아니며, 가족의 사랑은 우리네 생의 목적과 의미에 든든한 힘을 보태주는 원천임을 깨달은 그가 이제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생은 동반자가 있으면 더 좋습니다. 더 행복합니다(Life is better with company)."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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